나의 PC 입문기

 

 

 

PC를 쓰게 된 것은 1989년 1월부터였으니 비교적 꽤 일찍 시작하게 되었나 보다. 이렇게 비교적 일찍 사용하게 된 것은 뇌성마비 장애라는 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언어장애가 가족이외의 사람들과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고 가족들과 복잡한 말을 하기 힘든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책을 사서 읽으며 글을 쓰는 일이 취미이자 생활이 되어 버렸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해 갈수록 표현하고 싶은 것이 늘어나게 되면서 연필을 쥐고 글을 쓰기가 힘에 겨워져 가서 대안을 찾게 되었었다. 그래서 처음에 전동 타자기를 생각하다가 오타 처리가 걱정되어서 오래 끌다 보니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PC를 사게 되었다. 혼자서 열심히 공부만 하는데 써 먹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시는 이모께 PC를 사게 보태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쾌히 승냑하셔서 생각보다 쉽게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 컴퓨터에 대해서 한마디로 완전히 백지였다. 내가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으로 듣게 된 것은 70년대 초 라디오에서 컴퓨터라는 것으로 무엇을 하는지 소개하기 위한 프로그램에서였다. 매주일 전화로 질문을 받아서 컴퓨터로 풀어 주는 것이었는데 주로 음력 생일만 알던 사람들이 양력 생일을 알아내 주고 복잡한 이자 계산 등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지금의 PC만으로도 아주 간단한 것인데 그 때는 무척 신기한 일이 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생겨나기 훨씬 전 일이다. 80년대에 들어서 PC가 등장하고 TV에서 소개되는 것을 언젠가 꼭 쓰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보았었다.

88년 무렵 처음 나오기 시작한 16비트가 좋다는 정도였는데, 16비트에는 XT, AT의 구별이 있는지도 모르고 동생에게 무조건 사 오라고 했다. 사다 놓고 보니 XT라고 하는 것이었다.

동생이 사 오면서 과연 내 손으로 키보드를 칠 수 있을지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친다고 했다. 지금도 왼손 검지 하나로만 키를 치고 있기 때문에 글자판은 일주일 정도만에 익힐 수 있었지만, 속도가 늘어 날 수가 없다.

거금을 들여 PC를 구입한 건 글쓰는 목적이었고, 내가 쓴다는 글이란 일기였기 때문에 일기를 위해 PC를 샀다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PC를 배우는 데는 일기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매일 쓰게 되기 때문에 빨리 익숙해지게 되고 여러 기능들을 발견해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한글 워드로 처음 나온 옛 '보석글'이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여서 아주 불편한 것이지만, 내 생각을 반듯하게 쓰여진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쓰면서 컴퓨터라는 것에 친숙해지며 기능들을 배워가게 되었다. 매일 쓰게 되니 자주 쓰는 기능이나 명령어에 익숙해질수록, 처음에는 편리하기 그지없었지만 반복적인 것들이 귀찮게 여겨져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찾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이란 정말 간사하고 게으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게으름 때문에 편리한 도구들을 끊임없이 발명하고 개선해 나가 듯이 어렵게 배워 나가며 숨어 있는 편리한 기능들을 찾아낼 때마다 환성을 지르면서 PC란 세계에 빠져 들어 갈 수 있었다.

6개월이 되니 9핀 프린터를 갖추게 되었고 제대로 워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컴퓨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매력은 무한대한 편집과, 입력한 결과를 최종적으로 종이에 담아 내는 프린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깨끗한 백지 위에 까만 글자를 보기 좋게 배열해 내는 것은 예술 같은 창작이라고 하고 싶다.  

그 무렵 처음으로 장애인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언어 장애가 심하다 보니 제대로 어울릴 수 없었다. 말벗을 사귀려 갔는데 오히려 소외감만 느끼게 해주었다. 프린터를 어느 정도 익히게 되어서 원래 목적이었던 편지를 써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맨 먼저 팀장에게 보냈는데, "회원들이 하기 힘든 시중들을 고맙게 잘 해 주지만 정말 바라는 말벗은 되어 주려고 하지 않아 아쉽다"고 그 동안 쌓인 한을 표현해 보냈다. 그랬더니 그 다음 번 모임부터 사람들이 날 붙잡고 얘기하자고 하게 되었다. 편지 한 통의 힘을 실감하며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열심히 써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PC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수 있다.(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