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열린 창 - 나의 XT 시절(1989. 1~1993. 12)

 

 

 

 

용산에서 PC점을 하는 동생 친구를 통해 사 왔는데 소위 청계천 조립 PC로서, 360kb 2D 5.25인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가 2개에 그 당시 처음 나오기 시작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달려 있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20 MB라고 하면 입이 딱 벌어지던 시절이었다. 모니터는 검은 화면에 초록색으로 쓰여지는 12인치 흑백 싱크마스터.

1989년 그 무렵 중요한 프로그램은 MS도스 3.3 위에 최초로 개발되었던 한글 워드프로세서였던 보석글, 자료 관리프로그램인 데이터베이스는 dBASE III+, 표계산하는 스프레드시트는 로터스123이 돌아가고 있었다. 워드프로세서는 아래아한글과 MS워드로 데이터베이스는 액세스와 어프로치로, 스프레드시트는 쿼트로프로를 거쳐 엑셀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래픽으로는 키보드로 사용하는 닥터할로가 있었는데, 글씨도 못 쓰는 내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할 것 같다.

게임으로는 그 때 처음 나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던 테트리스와 래리의 모험3이 재미있었지만 손이 늘려서 할 의욕을 꺾어 버리는 바람에 처음부터 게임 같은 건 안 한다고 선언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으니 바로 바둑 프로그램이다. 그 해 가을 처음 나왔는데 아주 유치한 수준이지만 감탄하며 두었다.
 

도스를 배우지 못해서 동생에게 의존한 채, 일기와 편지를 열심히 쓸 수 있었다. 그 동생이 새로 나온 프로그램들을 구해서 넣어 주었는데 새로운 워드프로세서를 바이러스에 걸린 게임이 넣다가 하드디스크를 몽땅 지워 버리게 만들었다. 6개월 동안 쓴 일기를 비롯해 모든 자료가 통째로 날려 버리고 말았다. 백업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채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유틸리티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는데, 피씨툴스 3.2와 노턴 4.5였다. 이 두 가지로 못 배운 도스의 한을 풀고 남게 해주었다. 도스는 명령어를 일일이 외어서 입력해 넣어야 만 되어서 점 하나만 잘못 쳐 넣으면 전부 헛수고가 되어 버리는 반면 유틸리티들은 메뉴에서 골라 쓸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오타의 불안도 없이 간편하게 아주 요긴한 명령들을 실행시킬 수 있었다.

또한 그 사고로 그 해 여름 처음 나온 아래아한글1.1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쓰게 되면서 훨씬 다양한 기능들을 발견해 내며 보다 편리하게 사용법을 익히는 재미란 무엇에 비할 수 없으리라.
 

자체 조합형 한글을 내장해서 모든 한글을 쓸 수 있게 된 획기적인 워드프로세서였다. 다른 응용프로그램들은 완성형 한글 프로그램을 먼저 띄어 놓아야 한글을 쓸 수 있었는데, 완성형이란 87년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코드로 지정한 2바이트(byte) 완성형 코드 KSC 5601. 한글 2,350자, 한자 4,887자, 특수문자 987자만의 사용이 가능하여 그 외의 글자를 표현할 수 없어 매우 답답했다. 반면 조합형은 자음, 모음, 받침을 따로 마련해 놓고 필요할 때 조합해서 11,172자의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한자와 각종 외국어 문자도 내장해서 모든 문자를 편리하게 구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러 명령들을 기억시켜 놓고 단축키로 간단히 실행시켜 주는 메크로와 자주 쓰는 긴 문장을 등록시켜 놓고 단축키로 간단히 입력하는 상용구 기능이 있어 너무나 편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무렵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360kb 2D 5.24인치 디스크 2~3장 정도인데 아래아한글1.1은 무려 9장이나 되었다. 91넌 아래아한글1.5 구했는데 3장으로 압축되어 있어 인스톨시켜야 했다. 프로그램 인스톨은 처음이었다. 아래아한글1.5는 필기체가 추가되었고 매크로가 저장되게 되어서 부분적으로 훨씬 편리해졌는데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서 좋다.

PC를 오래 쓰게 될수록 느끼는 건 무엇보다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그 때 그 때 말썽없이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PC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dBASE Ⅲ+를 동생이 배우기 위해서 내 장서 목록 파일을 만들어 놓아서 장서 관리를 하게 되는 바람에 계속 이용하게 되면서 배워 나가게 되었다. 특히 어느 단체의 팀장을 맡게 되어 주소록까지 만들어 관리하게 되자 프린트해 내기 위해서 책과 씨름하고 그래도 모르는 건 아는 사람을 찾아가 물어서라도 해결해야 되어서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프로그램들은 부지런히 업그레이드를 시켜 갔는데 dBASE Ⅲ+만은 용량도 작으면서도 몇년전까지 계속 사용해도 여전히 배울 것이 나오고 있어서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지금은 한컴오피스97에 있던 아프로치를 쓰고 있다.

로터스는 책을 보고 배워 놓아도 쓸 일이 없으니 몇 달에 한 번 써 보려고 하면 다 잊어버리고 말아 애써서 배운 게 허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주 기초적인 것이지만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은 계속 쓰는 수밖에 없어서 금전출납부를 만들어 쓰게 되었다.

그 덕에 어머니가 교회에서 회계를 맡게 되어 장부를 만들어 관리해 달라고 하셔서 처음으로 포맷을 만드느라 밤을 꼬빡 새운 적이 있다. 그 어설픈 포맷을 본 여러 사람들이 다양하게 계속 잔소리를 주시는 바람에 2년 동안 해 보니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未知의 세계를 개척하듯이 PC와 씨름해온 끝에 게발같다는 내 손이 익숙해져 더딜지라도 마음대로 쓴다고 할 정도가 되어 갔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긴 글도 쓰게 되었고, 좋은 평을 들으며 계속 쓰게 되어 더없이 감사하기만 했다. 특히 비싼 돈 주고서 무엇에 쓰겠냐고 하신 어머니께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것을 보면 톡톡히 잘 쓰게 되어 갔던 모양이다.

그렇게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未知의 세계를 개척하듯이 PC와 씨름해온 끝에 게발같다는 내 손이 익숙해져 더딜지라도 마음대로 쓴다고 할 정도가 되어 갔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긴 글도 쓰게 되었고, 좋은 평을 들으며 계속 쓰게 되어 더없이 감사하기만 했다. 특히 비싼 돈 주고서 무엇에 쓰겠냐고 하신 어머니께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것을 보면 톡톡히 잘 쓰게 되어 갔던 모양이다.(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