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부모님들께

재활의 우선순위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서 산책 한번 하기도 힘들다. 열흘만에 낮 기온이 영상으로 회복되어서 오후에 모처럼 산책을 나서 보았다. 눈이 꽁꽁 얼어서 미끄러워 산책을 하는 게 아니라 고생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까마득하게 오래 만에 한 발 한 발 정성을 기울이려 내디디며 걸으니 처음으로 사각 목발을 짚고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 새롭게 들게 만들어 준다.

 

그렇긴해도 너무 미끄러워 힘이 배나 들어서 조금 밖에 못 걷고 돌아오는데 한 아줌마가 따라오며 언제부터 그렇게 걸을 수 있었냐고 묻는다. 뇌성장애아인 자기 아들이 여섯살인데 아직 걷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반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혼자만 기어 다니니까 아이들의 발에 채이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부모들이나 사람들은 장애아가 걷지 못하는 것을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걷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어떻게든 걷게 하려고 온 정성을 기울이는 나머지 다른 걸 소홀히 하고 있다. 특히 뇌성장애인 경우, 언어나 손동작 등 모든 기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고루 발달시켜 주어야 한다.

 

내 개인적으로 돌아 볼 때 언어장애가 가장 안타깝게 여겨진다. 나보다 더 못 걷는 사람도 많지만 발음만 (잘 모르는 사람이 알아들을 만큼)정확하기만 하면 적절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난 말이 안 통하니 무시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재활의 우선 순위는 신변 처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손동작을 훈련시키는 것이 첫째요, 자기 의사를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는 발음 교정이 둘째이고, 그리고 그 다음이 걷는 연습이라고 하고 싶다. 걷는 것은 신체 기능 중 한 부분일 뿐인데도 걷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여기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장애란 본질을 이해하고 자기 삶의 조건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장애란 현재의 의학으로서는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상처를 지니고 평생을 살아가야 되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의학이 발전해 치료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무엇보다 먼저 그러한 불리한 삶의 조건인 장애에 대응해 살아갈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가 발전해 갈수록 몸의 불편함에서 오는 제약은 줄어갈 것이다. 이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와 지식을 선별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경쟁하는 세상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장애를 지닌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판단력을 길러 주는 일이 중요해져 가니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해주며 신앙심을 길러 주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를 지니고 살아야 하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깨달아 가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질문을 받곤 하는데, 언어장애 때문에 얘기해 주지 못하고 글로 쓸 수밖에 없다.

(2001년 1월)

 

하늘 문이 열린 교회                                                      어린 장애우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