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장애인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을 꼽으라면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꼽게 된다. 도전과 응전을 설명하는 가운데 "모든 생활체에는 자신을 유지시켜 가는 여러 기관이나 기능들 가운데 하나가 손상을 입어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같은 종류에 속하는 다른 생활체에 비해 불리한 상태에 빠지면 다른 기관이나 기능들 가운데 하나를 특별히 많이 사용하게 됨으로써, 결국 이 제 2의 활동 분야에서 동료들을 능가하게 되어 제 1의 활동 분야상의 핸디캡을 메우어 가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장애를 지니고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의 목적을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장애를 무능력(disability)이 아닌 다른 능력(different-ability)이라고 불러야 된다고 하듯이 모든 사람은 한가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애를 지니고서도 얼마든지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최근에 읽은 책에서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즉 "특정한 뇌의 기능이 결여되어 있거나 아니면 현저하게 감소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손을 보상해주기 위해서 다른 뇌 회로가 확장되었고, 이것이 때때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면서 믿을 수 없는 능력이 발현된다는 것이다."(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21세기북스, 139)

 

인류역사 초기에 있어서 사냥이나 싸움에 나가는 동료들에게 절름발이는 도구와 무기를 만들어 주었고, 맹인은 시를 노래하여 용기를 북돋아 주는 가운데 문자 이전 시대에 전승자(傳承者)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토인비가 깊은 역사 연구를 통해 예를 들고 있다.

 

반(半) 신화적인 그리스 역사를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라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긴 호머는 맹인이었고 이솝우화를 지은 이솝은 꼽추였으며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자는 다리를 절단을 당한 자였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인구가 적었고 생활 여건이 어려웠던 당시로선 장애인이라고 부양대상으로 머물러 있을 수만 없었고, 능력에 따라 비장애인과 보완관계를 이루며 치열한 생존 투쟁을 견디며 역사에 숨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잉여산물의 증가로 문명이 진전되면서 분업화에 따라 비장애인에게 그 고유영역을 잃게 되어 역사의 뒷전으로 숨겨진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란 저주스러운 것이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해 왔었고, 문명이 고도화되어 갈수록 그 부작용으로 그 수가 급증하게 되어 숨겨져 있었던 장애인이 사회 한가운데로 다시 나타난 것일 뿐이다.

 

다시금 독자적인 능력에 따라 독자적인 영역을 계발해 나감으로서 사회 참여와 역사에 기여를 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각 개인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고 사회에 대한 각 개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와 재활                                                          장애인을 보는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