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배터리 방전되는 사고를 입었는데 한번 방전될 때마다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연이어 방전 사고가 일어나게 되어 주행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는 바람에 늘 불안해서 맘 놓고 다닐 수 없었다.
정부에서 정한 내구연한인 6년이 넘어서 이 기회에 새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려고 했었다. 국산은 가격도 싸면서 스펙도 맘에 드는데 내구성이 문제(고장이 많이 나서 수리비가 많이 든다고)이고 수입품은 튼튼하지만 너무 비싸서 문제.
고민 끝에 1년 먼저 올라운드를 아직도 얌전히 타고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는 배터리와 마모된 뒤 타이어를 교체해서 1~2년 더 타다가 더 저축하면서 맘에 드는 것이 나오면 구입하기로 했다.
방이동 AS센터에 방문해 교체하도록 예약했는데 정품 배터리가 너무 올라서 취급하지 않아서 호환되는 중국제로 해준다고.
그런데 내구연한인 6년 이후에는 배터리비용이 전혀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는 것이다. 악용되는 걸 막겠다고 한다는데 정말 어이없다. 엄청 비싼 것을 가능한 오래 타게 장려하는 것이 상식일 터인데 이 나라 장애인 복지 담당 나리들은 어떻게 하면 생색만 내고 적게 줄까만 연구하는지 경탄스러울 정도다.
남은 전기를 다 쓰고 가려고 잠실역에서 내려 석촌호수를 돌았는데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아직도 쌀쌀하지만 봄별을 맞으며 참으로 오래 만에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값이 비싼 배터리는 금방 갈아 끼었는데, 뒤 타이어 씨름하다 출장 다녀온 기술자 서너 명이 달려들어서도 두 시간이나 사투를 벌인 끝에 양쪽 뒤 타이어를 갈 수 있었다. 그만큼 오래 전에 단종된 올라운드가 희귀한 골동품이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