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최상과 최악을 경험하게 되었던 2007년을 돌아보며 2007-12-31
2007년 마지막 날, 한해를 돌아보는 심정은 그 어느 해보다 착잡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최상과 최악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일찍이 못 누렸던 활동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주요 미술 전시회와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책에서 보기만 하던 것을 직접 확인하는 안복(眼福)을 누릴 수 있었다. 또 TV로만 보던 축구, 야구, 농구 경기를 경기장에 가서 실감 나게 볼 수 있었고, 보고 싶은 영화를 놓치지 않고 영화관에 가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도 본업이랄 수 있는 읽고 쓰는 일에 원 없을 만큼 몰두할 수 있어 감사하기만 하다.
어느 해보다 건강했고 불편한 몸이지만 일상생활을 혼자서 거의 다 할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러워 하며 생활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상태면 활동보조인이 아침에 와서 밥만 해주면 혼자서도 살 수 있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9월 22일, 추석연휴 전 날 아침에 일어나자 갑자기 몸이 이상해져 버렸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이 모두 빠져 나간 듯 말을 안 듣는 것이었다. 원래 약하던 오른팔이 굽으러 들어서 최소한의 하던 역할도 할 수 없게 되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산책해 보려고 나가 보니 아예 지팡이를 잡을 수가 없어서 그냥 들어와야 했다. 점점 왼손도 힘이 없어 제대로 쓰기 힘든 상태가 되어 갔다.
그 전 날만 해도 포토샵을 갖고 흑백 사진에 컬러를 복원하는 작업을 신나게 하고 산책도 시원스레 했었는데 하루 새 이렇게 되다니 어떻게 사나 어이없었다.

중풍에 걸린 것 같다고 연휴가 끝난 27일 안양에 있는 중화한방병원에 갔다. 중풍 전문으로 한·양 협진병원인데, MRI, CT, 뇌혈류 측정 검사해 보니 중풍전조증이라는 애매한 진단으로 4~5일 동안 입원해 경과를 보아서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으면 물리치료 운동을 해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해서 입원했다. 혈압도 높지 않는데 이 몸에 중풍이라니 어이없었지만.
당초 혈전용해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혈류촉진제를 놓아 주었다. 그래서 5일 동안 침대에 누워서 꼼짝 않고 지냈는데 상태가 나빠지지 않아서 물리치료 운동을 받으면 6개월이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4주 만에 퇴원했는데 병원에 가기 전보다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 움직이기 더 어려워서 안타깝게 만들었다. 특히 왼손으로 모든 생활을 해나가는데 왼팔을 들지 못하게 아파서 큰일이었다. 오른쪽이 더 힘이 없게 되어 왼쪽을 더 많이 쓰게 되어서 무리가 온 것이었다.

자유롭지 못한 몸에 족쇄가 더 채워진 듯 무엇 하나도 맘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오늘은 무엇이 나아질까 하고 또 하루를 맞는 심정이었다.
물리치료 운동을 받고 싶어 물리치료 운동 전문인 보바스병원에 가 보았다. 상담한 결과, 내 증세를 진단해 보더니 중풍인지 미심적어 하면서 중추신경이 손상된 경우 현재로선 말초신경을 자극해 중추신경을 교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물리치료 운동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물리치료를 받으려면 6개월을 대기해야 한다니 중풍의 회복 기간인 6개월 내에 받아야 된다는데 너무 심하다. 자리가 나는 대로 연락해 주겠다면서 우선 안양복지관이나 한림대에도 알아보고 가능한 물리치료를 많이 받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양복지관에 알아보니 1년을 대기해야 된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이 되어 한림대병원에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전동휠체어로 버스를 타신 어머니보다 먼저 도착해서 혼자 접수를 했다.
재활의학과에서 인터넷예약 때 쓴 증상을 읽어보고는 목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어서 그렇다니까 뇌보다는 목이 잘못 된 것 같다고 입원해 검사하자는 바람에 하기 싫었지만 코를 꿴 듯 그 자리에서 입원하게 돼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정확한 검사인 MRI를 찍어야 내 증상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마취해도 몸이 흔들려서 찍을 수 없다고 그보다 못한 검사들을 하려 하기 때문에 모두들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퇴원하고 말았다. 물리치료 운동을 받고 싶어 갔는데 받아 보지도 못하고 일주일 동안 쓸데없는 검사만 받고 나온 격이다. 그래도 목디스크라고 확증은 할 수 없지만 심증이 간다고 하니 그 때문에 중풍이란 누명을 벗을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랄까?

처음엔 뇌성마비장애(1급)만으로도 살기엔 너무 힘겨운 삶을 살아오면서 별로 불평할 줄도 모르고 주님을 따르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떻게 2차 장애로 불편한 몸을 더 못 쓰게 할 수 있는지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흔히 교회에 나가 예수만 잘 믿으면 다 고쳐 준다고 전도하는 예수쟁이도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보다 신앙이 못 하다는 걸까” 라면서 어찌 이럴 수 있는지 별 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곧 깨우쳐 주셨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유한한 인간이 되어 십자가 고난을 받으셨다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장애를 겪으시면서 끝까지 인내하고 승리하셔서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복음 16:33)라고 하셨기에 이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나의 몫이란 것을.
또 한편 이 상태보다 더 심한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 그 친구들을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랑하라는 것을.

목과 어께에 있던 통증이 나가면서 여러 기능들은 거의 회복되어가고 있으니 예상보다 빨리 나아지는 것 같다. 특히 왼손이 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서 감사하다.
2차 장애에도 상관없이 전동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어서 신기했고 처음엔 팔이 펴지지 않아 키보드를 하나하나를 누르기도 힘들었는데 이전처럼 느리긴 해도 또박또박 치며 마우스를 원활히 조작하게 되어 PC 사용이 편해지게 되었다. 책을 독서대에 올려놓지도 못할 정도여서 일일이 도움을 받아야 되어서 몹시도 불편했었지만 이젠 혼자서 원하는 대로 물건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아직 일어나 걷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발에 힘이 약해서 미끄러워 집안에서도 운동화을 신고 살얼음판을 걷듯 하지만 혼자서 지팡이 하나 짚고 집안을 다닐 수 있으니 꾸준히 나아지면 봄에는 이전처럼 학교 운동장에 나가 산책을 하게 되기를 소망하게 된다.

이렇게 이전처럼 읽고 쓰고 돌아다니느라 분주하게 살게 되었으니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지만, 지금 이 정도에 감사할 뿐이다.
새해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날지 두렵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어 가실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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