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연습

 

 

 

 

 

일곱 살 물리치료를 받던 성모 병원에서 휠체어를 맞추기로 했었다. 맞추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한번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면 편해서 걷는 연습을 안 하게 되고 그러면 영영 걸을 수 없다"는 말씀에 고개를 흔들고 나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장애란 것을 받아 들이기를 싫어하는 것처럼 그 나이에도 그랬나 보다. 그로 인해 남들보다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 인생 길을 가게 만들었다.

 

그 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연습하던 사각 목발을 맞추어서 집에서도 짚고 걷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부축을 받고서야 걸을 수 있었는데 목발을 짚고 처음으로 혼자 걸어 다닐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현실을 인정을 하는 것 같아서인지 얼마 동안은 광에 쳐 박아 놓고 지냈다. 어느 봄날인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꺼내어 다시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혼자 걸어 다닌다는 것이 좋아서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나가 걸었다. 가을쯤 되면 실력을 많이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겨울이 문제였다. 겨울만 되면 집에서 춥다고 나가지 말라고 하고 눈이 오면 미끄러워 걸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겨우내 거의 걷지 않다가 봄이 되어 다시 나가 걸으려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몇 년 그렇게 반복하다가 겨울에도 걸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동 선수들이 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겨울에 훈련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그래서 어른들의 만류에도 겨울에도 꾸준하게 걷는 연습을 하게 되니 더 건강해지게 되었다. 특히 내겐 걷는 것이 아주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한 겨울에도 두껍게 입으면 땀이 날 정도여서 추운 게 오히려 걷기에 좋았다.

눈이 내려 미끄러워도 경사지만 아니면 더 조심하게 되어서 오히려 생각보다 잘 걸을 수 있었다.  

태어나서 13살까지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 사택에서 살았다. 그 당시에는 큰 회사들마다 직원들을 위해 공장 옆에 대규모 사택 단지가 있었다. 요즘의 아파트 대신 단독 주택들이 한 울타리 안에 들어서 있었다. 천 평이 넘는 울타리 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모든 상황이 변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갑자기 병환이 나시자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온 집안이 나만을 위해 정성을 쏟았는데, 아버님 치료를 위해 내게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고, 그 이후의 나의 삶은 그 이전에 누리던 모든 것들을 상실한 것이 되었다. 아무도 나를 끌거나 밀어 주지 않는 완전히 무중력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속에서도 걷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40평밖에 안 되는 집의 마당이었지만, 그래도 매일 한 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걷는 연습만은 계속 하게 했다. 이렇게 라도 걷는 연습을 안 하면 더 나빠져 갈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계속 할수록 좁은 마당에 더 좁게 느껴지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대로변 집이었기에 정신없이 달리는 차와 붐비는 행인들로 나갈 엄두도 못 내게 만들었다.

한적한 주택가로 이사해 살게 되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그 기도는 15년만에야 이루어질 수 있었다(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