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나의 인간관)

 

 

 

사람은 지.정.의(知情意)의 존재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공자는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마음이 어진 사람은 근심할 게 없으며, 참으로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반면 지식에 치우치면 삭막한 꽁생원이 되어 버리고 감정에 치우치면 생각 없이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변덕쟁이가 되고 또 의지에 치우치면 융통성이 없는 고집불통이 된다고 부정적으로 비꼬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야 사람답다고 하는 모양이다.

사람의 크고 작은 모든 행위마다 그 세 가지 요소가 배합되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순전히 지적인 일이랄 수 있는 공부만 보아도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게 되니 감정이란 요소가 무시 못하게 들어가 있다. 자기 기분에 맞아야 신나게 능률이 오르는 법이다. 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견디고 끝까지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의지가 없으면 어떠한 지적인 진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세 요소의 배합에 따라서 사람마다의 독특한 개성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본능이란 식욕, 성욕 배설욕, 수면욕, 등 지극히 이기적(利己的)인 것이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이 없이는 어떠한 진보도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우주는 갈수록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어 저절로 무질서 해져 간다고 하는 것처럼 사람이란 이기적인 존재도 본성대로 놓아두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쫓아 하기 쉽기 때문에 부패해져 갈 수밖에 없는 경향이 본성적으로 있는 것 같다. 바로 그런 경향을 극복해 온 것이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명은 자기 보존과 번식을 위해 여러 본능 중에서 흔히 식욕과 성욕으로 2대 본능으로 압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그 두 가지는 본질상 전혀 다른 종류인 것이다. 생리적 욕구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철이 나고 어느 정도 수양을 쌓으면 본능을 제어할 수 있고, 그래야 사람 노릇한다고 한다. 그러나 식욕으로 말하면 누구나 사흘만 굶으면 도둑이 된다고 했듯이 아무리 위대한 경지에 이른 분이라도 40일을 넘길 수 없다 한다. 그만큼 식욕이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나이나 신분, 교양 정도와 관계없이 극복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반면 성욕으로 말하면 먼저 나이 따라 차이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독신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많고, 결혼한 사이에서도 다른 필요에 의해 몇 달, 몇 년씩 떨어져 있어도 생명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성욕을 본능이라고 하기보다는 습관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런데도 같은 차원의 본능으로 다루고 있는 건 동물적 성본능이란 쾌락을 지나치게 강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본능적인 욕구만으로 본다면 배설욕, 수면욕이 훨씬 강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식당이 없는 곳은 없을지라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 화장실이 없는 곳은 없는 법이다. 그만큼 참을 수 없고, 그걸 참아야 한다고 한 경귀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잠을 자지 않는 훈련이 있지만 연 사흘을 꼬빡 새우고도 멀쩡할 장사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러한 본능적인 욕구보다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이라는 더 강한 욕구가 있다. 그러한 욕구에 의해 본능적인 욕구를 뛰어넘으면서부터 동물의 세계와는 다른 인간의 세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의지란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활동 가능한 영역을 끊임없이 확대해 올 수 있었다.

사람은 밥으로만 살 수 없다고 했듯이 생리적 욕구만을 만족시키며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을 지적인 판단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 똑같은 것에 대해서도 기분에 따라 천차만별(千差萬別)의 반응을 보인다. "좀더 맛있게, 좀더 멋있게"라는 욕구가 지적으로 판단할 때 충분한 것에도 공을 더 드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이 세상을 필요 이상으로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들에게 동등한 존재로써 인정받으며 살아가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한 면을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일으켜 왔고 그런 경쟁이 사회를 발전시켜 가는 촉매제로 작용해 왔다.

 

사람을 HOMO SAPIENS라고 부르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험을 통해서 끊임없이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연마해 감으로써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동물에 비해서 매우 열악(劣惡)한 신체적 조건을 지니고 서도 맹수들의 공격과 자연이 주는 혹독한 시련을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지식과 동료들과의 협력이라는 지혜로 극복해 가는 가운데 문명을 발달시켜 오게 된 것이다.

사람이 동물들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미래라는 시간을 의식하고 살아간다는 점일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보다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 확보해 놓은 현재를 향유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투자하는 독특한 존재이다. 더 나아가 어느 땐가 자신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제한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의미를 물을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상태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키어 온 영적인 존재로서 진정한 의미의 만물의 영장(靈長)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학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