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일리아스(호메로스, 천병희, 숲)오랜 숙제였던 『일리아스』를 이제야 완독했는데, 이제껏 그 해설서만 읽어왔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고전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판소리처럼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꼬빡 낭송해야 하는 방대한 분량의 일리아스는 10년이나 계속된 트로야 전쟁의 9년째의 며칠 동안의 이야기라는데,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하여 그의 연민으로 끝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지만 결국 신들이 정해 놓은 길을 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선택하고 결정을 해 나가다 보면 자연히 그런 방향으로 운명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리라. 신이 정해 놓은 것이든 아니든. 성경, 특히 구약성경을 신앙의 대상으로 읽으면 신이 인간을 직접 지배한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일리아스에서도 신들이 완전히 인간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다신론을 반영하듯 신들끼리 자기가 좋아하는 인간을 편들어 불리하다 싶으면 상대에게 안개를 뿌려서 못 보게 하고, 안전한 곳으로 빼돌리는 등 만화 같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이라고 하겠지만, 고대 동양에서는 신의 직접 개입하는 것이 없는데 그 차이가 뭘까 궁금해진다.
해설에서 ‘트로이아 서사시권’은 하나의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 8편의 서사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인 [퀴프리아](Kypria)는 이른바 ‘파리스의 심판’부터 그리스군의 트로이아 도착까지를 다루고, 그 두 번째로 [일리아스]이다. 세 번째인 [아이티오피스](Aithiopis)는 아킬레우스가 여인족 아마조네스의 여왕 펜테실레이아(Penthesileia와 아이티오피스](Aithiopis)의 왕 맴놈을 죽이고 나서 자신도 아폴론 또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죽는 장면을 노래한다. 네 번째인 [소 일리아스](Ilias mikra)와 다섯 번째인 [일리오스의 함락](Iliou persis)은 아킬레우스의 사후 그의 무구들을 두고 오뒷세우스와 아이아스가 서로 경합한 이른바 ‘무구 재판’과 목마의 계략에 트로이아가 함락되는 과정을 노래한다. 이상 5편이 전쟁을 노래하는 데 반해 여섯 번째인 [귀향](Nostoi)은 오뒷세우스를 제외한 다른 그리스군 장수들의 귀국을 노래하고, 그 일곱 번째가 [오뒷세이아]이다. 여덟 번째인 [텔레고노스 이야기](Telegoneia)는 [오뒷세이아] 이후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지시한 대로 [오뒷세우스가 여행한 일과 그가 아들 텔레고노스에게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754) ----------------------------------
오뒷세이아(호메로스, 이준석, 아카넷)
『오뒷세이아』를 이준석이 새로 번역한 것으로 읽었다. 그리스·로마 고전들을 정년퇴직하고 난 다음 놀라운 속도로 번역한 천병희의 번역의 특징이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매끄러운 의역(가독성)이었다면 이준석은 원전 고유의 표현을 살린 직역(정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뒷세이아의 요절은 20년 만에 만난 부부의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려 왔던 행복한 순간에 아내는 그들이 잃어버린 젊음을 이야기하고, 남편은 여전히 남아 있는 노역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말한다. 이것이 호메로스가 보여 주는 인간의 길이다. 신들은 언제나 젊고, 고생을 알지 못한다.“ 567 바로 이 때문에 그를 연모한 영원히 젊은 여신 칼립소가 같이 신처럼 살자는 집요한 유혹을 갈등 끝에 뿌리치고 천신만고의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 귀향을 이루고 만다. 20년 동안 괴롭힌 구혼자들 무리의 유혹을 이겨내며 늙어간 아내가 지킨 집으로 돌아가 구혼자 무리를 처단하고 그의 왕국을 회복한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행복하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인간처럼 늙어서 죽었을 것이다. 생로병사의 인간의 길을 선택한 오뒷세이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