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월터 아이작슨, 신봉아, 아르테)

 

 

 

작년에 아무 생각 없이 교보문고에 들렸을 때 신간 판매대에서 두툼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렸을 때 위인전집에서 읽은 이래로 르네상스 시대의 만능인인 그를 더 깊이 알고 싶어 했었는데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의 작품이라 이어서 잡스를 읽으면 천재성의 공통점과 시대상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꽤 비쌌지만, 바로드림으로 사 갖고 나왔다.

백과전서적인 만능인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남다른 예리한 관찰력과 그에 근거한 기발한 상상력으로 후대의 혁신가들의 발명품을 몇백 년이나 앞서서 고안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왕성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탓에 대부분 미완성으로 남았다는 아이러니.....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수많은 귀족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고 별 볼 일 없는 상인의 젊은 아내의 초상화를 그려 주고 나서는 평생 갖고 다니며 수정 보완을 하면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절묘하게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불후의 걸작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유산을 물려받지 못해 한마디로 평생 후원자를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형편에서도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에 이끌려서 진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내가 호기심을 가져올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고 하겠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방위적인 왕성한 호기심의 여정을 세세하게 추적해 그에 대한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

 

책 속으로

이처럼 현실성 없는 공상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레오나르도의 큰 단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선견지명을 얻기 위해서는 더 높은 목표에 닿고자 노력하고 실패해야 한다. 혁신은 현실왜곡장(리더의 구상과 혁신이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쳐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게 만드는 현상)을 요구한다. (454)

레오나르도와 관계된 일이 늘 그렇듯, 그의 예술과 인생, 그의 출생지부터 이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는 신비로운 베일이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딱 떨어지는 선으로 그를 묘사할 수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레오나르도 역시 [모나리자]를 그런 식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으리라. 약간은 우리의 상상에 맡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도 알고 있다시피, 현실 속의 윤곽선은 흐릴 수밖에 없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약간의 불확실성을 남겨 둔다. 그의 삶에 가까이 다가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이 세상에 접근하며 사용했던 방법과 똑같다.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이 세상의 무한한 경이에 감탄하며. (692)

물론, 그가 실제로 완성한 것만으로도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그것은 [모나리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고, 그의 해부도는 물론 모든 걸작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이 책의 끝부분을 쓰면서 나는 심지어 그의 실행되지 못한 걸작에도 천재성이 내재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비행기기, 수력공학 프로젝트, 군사 기기를 개발하면서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듦으로써, 그는 수백 년 뒤 혁신가들이 발명하게 될 물건들을 예견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을 마구 찍어 내지 않음으로써, 그럭저럭 솜씨 좋은 장인이 아니라 천재라는 명성을 단단히 굳혔다. 그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따분한 작업보다는 새로운 것을 구상하는 도전 자체를 즐겼다. (694)

레오나르도를 천재로 만들어 준 것은, 단순히 아주 머리 좋은 사람들과 그를 차별화하는 것은, 상상력을 지성에 적용하는 능력인 창의력이었다. 그는 관찰과 상상을 결합하는 능력 덕분에, 다른 창의적인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함으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도약을 할 수 있었다. (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