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 1992)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처음 구입한 PC를 익히기 위해서 PC로 일기를 쓰게 된 86년부터 작고하기 6개월 전인 89년 말까지의 일기이다. 이를 죽음을 예감하면서 정리한 것이다.

 

사회 문제, 병, 여행, 등산, 인간 관계, 영화 감상 등이 독서 기록들 사이에 단단히 끼워져 맞물려 돌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서 책-읽기/삶-읽기, 책-쓰기/삶-쓰기가 하나인 둘, 둘인 하나였다.

 

모태 감염으로 시작된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가 한발 한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쓴 일기라는 점이 깊이 와 닿는다. "육체는 자기가 고통스러우면 사고를 중단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고통에서 먼저 해방되려 한다. 맹목적이 아니라 맹사적이라 할까."p18.

 

책 속에 담긴 글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 글의 의미가 나오게 된 배경까지 읽어 내는 안목이 있어야 진정한 독서가 된다. "책읽기가 단순한 활자 읽기가 아니라 그 책이 던져져 있는 상황 읽기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책읽기 역시 전술적이다."p89. "'느낌표가 붙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시작임을 알리는 동시에,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한다.'"p133.

 

누구보다도 더 정성껏 남의 글을 읽는 문학평론가로써 날카로운 시각과 따뜻한 애정으로 읽고서 쓴 것이 돋보인다. 인간적인 체취가 짙게 흐르는 남의 일기를 들어다 보는 호기심과 함께 많은 책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평가로 살다간 한 지성인의 문화를 읽는 비판적 안목을 내면적 성찰과 함께 배울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