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적 상상력을 향하여

 

 

 

 

『人口學』( 이흥탁.  법문사. 1987)을 공부하면서 인간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복잡 미묘한 존재라고 여겨지게 한다.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지극히 비 합리적인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지니고 주어진 환경을 자기 의사대로 관철해 가는 능동적인 주체라는 것!

인구의 양에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그 질을 떨어뜨려, 인류의 장래마저 우려케 만들고 있다. 나아가 의학의 발달로  도태되어야 했을  열악한 자질들이 보다 오래 생존하게 되어 인구의 조절로서의 산아 제한으로 다양한 우수한 자질들이 나올 수 있는 폭이 그만큼 줄어들어,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반 진화론적 사태를 상상해 보게 한다.

자연산 진짜 천재보다 인공적 천재가 양산되게 되어, 갈수록 사회는 이데올로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천재만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과거처럼 사회를 개혁하고 시대를 번혁시켜 이끌어 갈 천재가 나올 여지가 줄여 들어 가게 만들어 낼 것이고, 그 사회의 필요를 결정하는 지배 세력이기 때문이다.

                         8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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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윤이흠교수의 글('한국적 상황과 종교"」 고범서 편 <상황과 종교>  범화사 1983)에서 “...부모의 인위적 조작과 선택으로 태어난 자식들에게 고전적 충효 사상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 하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상반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한번도  이 정책을 비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공감하면서, 효 관념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교육의 개념 자체도 달라져야 하겠다고 생각되어진다.

가족 계획 제도의 실시 이전 시대에 있어서는 많이 낳는 가운데 살아남은 건강한 자 특히 똑똑하다고 인정된 소수를 가르쳐 길러 내는 것이 문자 그대로 敎育이었다면 앞으로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대로 적게 낳은 모두를 사회를 위해 필요한, 유용한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기능으로서의 교육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게 한다.

점점 더 인간을 위한 교육이기보다는 사회를 위한 교육이 되어 가리라 생각되어진다. 한 제도의 변화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심대함을 새삼 인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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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을 계속 공부하면서 인구의 변동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역사이건 사회이건 결국 그것을 구성하고 움직여 나가는 것은 인간이다. 또 인간을 구속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만든 모든 제도들은 인간들 즉 인구의 변동에 따라서 변천을 거듭해 왔다고 할 것이다. 한 사회를 연구할 때 그 사회의 시간과 공간에서의 인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리고 그 분포, 밀도, 이동을 항상 고려하면서 역동적으로 살펴 나가야 한다.

단적인 예로 최재석의『한국가족제도사연구』(일지사. 1983)를 읽으면서 가족 제도의 변천을 설명하는 가운데 인구의 변동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쉽게 여겨졌었다. 기록이 남아 있는 신라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족 제도에 대한 통사적으로 고찰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족 제도의 척도인 상속 제도가 신라 시대에서는 넓은 범위의 傍系(방계)였다가 후대로 내려올수록 直系(직계)로 범위로 좁아졌다는 것이다.

왜 그 범위가 좁아졌는가 하는 설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구의 변동에서 설명이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즉, <사회적 의미에서의 인구 밀도>가 희박했을 때는 자연히 상속의 범위를 가능한 넓게 잡을 수밖에 없었고, 인구가 계속 증가하게 되면서 좁아 들다가 직계로 한정되어진 것이다. 조선 후기에서 극단적으로 폭이 좁아지고 엄격해진 것을 이데올로기로서의 朱子學의 강화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시기의 생산력의 增大(증대)와 상호 관련지어 고찰해야 한다. 새로운 農法(농법)의 발달로 소비자로서의 인구인 동시에 생산자로서의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서 가족이 생산 단위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자본주의의 맹아로서의 부를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상속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혀야 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구 변동이란 끊임없이 역사와 사회의 변동과 상호 작용하면서 역사와 사회를 변동시키는 압력 요인이 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역사와 사회의 연구에는 <인구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임을 주장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