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우의 [다시찾는 우리역사](경서원, 1997)

 

 

 

 

 

 

 

한 나라의 역사를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차례로 서술한 것을 通史(통사) 또는 개설이라고 한다. 역사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 관한 연구와 역사의 전체적 흐름과 각 시대적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史觀(사관)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통사는 두 측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쓰여진다. 물론 저자의 주관적 선택에 의해서 구성된다.

그래서 저자는 "역사는 현재를 위해서 쓰는 것이다. 현재의 과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역사해석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나간 과거의 사실들은 그저 잠자고 있는 사건의 무덤일 다름이다. 죽어 있는 과거에 생명을 불어넣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아 주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다. 그리고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史觀(사관)과 시대 구분이다. 잘 된 사관과 시대 구분은 우리를 밝은 미래로 인도한다. 그러나 잘못된 사관과 시대 구분은 역사에 올가미를 씌우고 어두운 미래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래서 사관과 시대 구분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일이다.(47)"라고 하고 있다.

이 책은 최근에 나온 통사로 가장 긍정적으로 우리역사를 해설하고 있다. 특히 조선왕조에 대해 거의 이상적일 만큼 도덕적 문화의 사회로 밝은 면을 강조하고 있다.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라는 서문에서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반성할 때 성장한다.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반성할 줄을 안다.

... 서양의 근대는 그리스, 로마 문명을 古典(고전)으로 부활시키면서 열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하.은.주 삼대의 문명을 古典(고전)으로 내세우고 혁신을 거듭해 갔으며, 우리나라는 중국의 삼대를 숭상하면서 동시에 고조선이나 그 밖의 고대국가를 理想時代(이상시대)로 그리면서 왕조를 세웠다. 옛날을 사랑하면서 현재를 극복해 가는 자세가 서로 다름이 없다. 이를 서양 사람들은 '르네상스'라고 불렸고, 동양인들은 溫故知新(온고지신) 혹은 法古創新(법고창신)이라고 했다."

저자가 우리 역사와 대화하면서 '잃어버린 역사' '숨겨진 보물'을 되찾는다면 우리의 생존 능력은 몇 배로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의 학문적 성과를 수용하면서도 일반 국민들을 위한 통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역사책들이라면 한자가 많아 읽기 힘들었지만 이 책에서는 한자를 모두 괄호에 넣어 중학생이상이면 읽을 수 있게 했다.

이 책의 특징은 조선시대 이후의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총 653쪽 중 400쪽)했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역사는 가까운 시대일수록 중요하다는 원칙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해방이후 현대사도 1996년말까지 다루었다. 북한의 역사도 가능한 한 민족사의 일부로 편견없이 쓰려고 노력했다. 남한과 북한은 외형상 대립관계에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서로 깊은 인과관계 속에서 전개되어 왔음을 유념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총설-한국사란 무엇인가]에서 몇 대목을 인용, 소개한다.

한국의 역사를 대략 4천년으로 생각할 때 그 중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3천년 전반기에는 한반도와 남만주 그리고 중국 동북부 지방도 한국인의 활동 무대였다.

(이를 두고 한국사학계는 민족문화의 연원을 고대의 영토 전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재야사학과 후대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는 범위, 즉 한반도 안에서 문제 삼아야 한다는 기존사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본적지 위주의 사고방식과 현주소 위주의 사고방식이 대립하고 있다고 하겠는데, 그 중 어느 쪽만 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조동일)

저자는 기존학계의 입장에서 재야사학의 주장을 수용하려고 했다고 한다.

단일 왕조로 통일된 이후의 1천년의 한국사에서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이 발견된다. 새 왕조가 세워질 때마다 옛날의 부활시키고 계승하는 국호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첫째, 고려가 고구려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高麗(고려)라는 국호를 정했다. 그 다음 조선은 옛조선의 영광, 구체적으로는 단군과 기자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생각에서 朝鮮(조선)이라 하였으며, 1896년에 탄생한 大韓帝國(대한제국)도 삼한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정신이 베어 있다. 우리 고대사를 영광스러운 시대로 보고 그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것은 전통을 존중하는 法古主義(법고주의)인 동시에 강인한 역사계승의식이다. 한국인 끈질긴 생명력과 주체성이 여기서도 찾아진다.(41)

사실, 한국인처럼 자존심이 강한 민족도 드물다. 특히 힘으로 침략한 나라에 대해는 절대로 정신적으로 굴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대단히 수치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복수한다는 마음이 세차게 분발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는 정신적 원동력으로 활용하였다. 거란이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를 멸망시킨 원한이 고려 초기 발전의 자극제가 되었고, 몽고로부터 받은 수치를 씻으려는 자기 분발이 조선왕조의 개창으로 연결되었으며, 왜란과 호란의 복수심이 조선 후기 왕조 중흥의 정신적 원동력이 되었다. 2차대전 후의 한국의 발전도 일제 강점에 대한 설욕의 심리가 저변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42)

(어쩌면 최근 소프트웨어의 세계 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아래아한글을 포기한 것에 대한 국민의 대응도 이런 정신적 전통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문화 민족이다)

왕조 교체의 성패는 무력(武力)의 강약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지지도에 달려 있었으므로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포괄적인 개혁이념, 즉 정치적 경륜이 있어야만 성공을 거두었다.

따라서 우리 역사의 흐름을 국가의 공공성(公共性)의 확대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역사의 발전이란 한 사회나 국가가 특정인이나 소수의 사적인 지배에서부터 전체 구성원들의 동의에 의한 공식적인 지배로 나가는 것이다.

모든 정치적 결정에 대한 강제없는 합의, 모든 사회적 기회에 대해 평등한 참여, 그리고 모든 경제적.문화적 혜택의 균등한 향유가 모든 역사의 이상일 것이다. 그것을 성취하고 계속 추구해야 할 몫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 아직도 공공성이 가장 부족한 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