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 모음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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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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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어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뜨리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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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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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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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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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치마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 치마를

  눈물로 함빡히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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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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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바람

 

바람아, 봄에 부는 바람아,

산에, 들에, 불고 가는 바람아,

돌고 돌아 - 다시 이곳, 조선 사람에

한 사람인 나의 염통을 불어준다.

오 - 바람아 봄바람아, 봄에 봄에 불고 가는 바람아,

쨍쨍히 비치는 햇볕을 따라,

      인제 얼마 있으면?

      인제 얼마 있으면

오지 꽃도 피겠지! 복숭아도 피겠지! 살구꽃도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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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

 

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그림자 가득한 언덕으로 여기 저기,

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부르는 소리, 부르는 소리.

내 넋을 잡아 끌어 헤내는 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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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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