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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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울려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는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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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의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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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방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믓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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