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

 

 

 

 

많은 책들을 읽어 가다 보면 어떤 내용은 나를 위해서 쓰여진 것 같이 마음 깊이 와 닿는 대목이 있다. 얼마전에 읽었던 작은 수필집에 실린 김태길교수의 글의 결론에서 그런 것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들판이나 산기슭에 앉아서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잔디나 바랭이 따위의 억센 풀 사이에 아주 작고 연약한 식물들이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런 이름 모를 작은 식물들도 대개는 꽃을 피우는데, 어두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왜소한 꽃들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생김새와 빛깔이 아주 신비로울 정도로 절묘함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도 간혹 비슷한 예를 보는 수가 있다. 평소 멀리서 바라보고 별로 대수롭지 않은 사람으로만 여겨 왔으나, 어떤 계기에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흔히 ‘진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억새풀이나 바랭이 그늘에 숨어서 피는 작은 꽃들처럼 사람도 진국은 화려한 인물들의 그늘에 묻혀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개 세상의 뒷구석에서 신문 기자도 모르게 조용히 살고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의 알뜰한 사랑을 받으면서 조용히 살고 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반시간』中

                                                                      「김태길 멀리서 가까이서」

 

이렇게 길게 인용한 것은 내가 진국이라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특수한 조건들로 인해 오히려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의 알뜰한 사랑을 받으면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살아 갈수록 깊이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진국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혼자서 자랑하고 싶고 또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살면서 피어난 이야기들은 이 홈페이지 속에 쌓여 가고 있기에 고립된 삶인 것 같아도 세상과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 신체 장에로 인해 불편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언어장애가 가장 안타깝게 여겨지지만 한편, 부족해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손이 느려 오래 걸려도 이를 세상에 발표할 수 있는 PC라는 수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아무리 저 잘난 사람이라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기에 어차피 인생이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내 제한된 자유를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는 최선의 삶이라고 믿는다.

 

비록 좁은 방이지만 양쪽 벽엔 공들여 읽은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가득 꽂혀 있고 앞뒤엔 책상이 놓여 있어 벽쪽 책상에서 책을 읽고 창가 책상에서 PC를 갖고 지루한 줄 모르고 씨름한다. 그 속에서 나는 자유롭다.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유롭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

비록 내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여 비좁은 공간에서만 누리는 이 자유로움이 내가 사는 세상과 역사에 미세한 의미를 보태게 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 하나님께 가장 절실하게 간구하는 건 오직  Idea & Imagination이다.

나를 끈임없이 괴롭히는 나태해짐과 둔감함과싸우며 오늘을 살아간다.

날마다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