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봄나들이한다고 할 때이건만 겨울이 긴 꼬리를 기세등등하게 마구 휘둘러 대고 있어 아직도 겨울 같이 철없이 굴어서 돌아다니기 나쁘게 하고 있다. 엊그제 내린 폭설이 말끔히 녹아서 나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하는 서울디자인전을 보러 가려고 보니 근처의 교보문고도 들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며칠 전 신문에 난 신간 중 빨리 사 보고 싶은 것이 있어 어젯밤에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오는 바로드림으로 주문해 놓았다. 매장에서 사면 정가대로 받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할인해 주기 때문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저녁에 상영하는 영화도 보고 싶어서 교보문고부터 가기 위해 종각역에서 내렸다. 인도가 공사로 끊어져서 우회해야 했는데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이 나와서 동상 지하에 만들었다는 한글관이 궁금해 뒤쪽으로 갔더니 안내원이 엘리베이터를 열어 주어서 내려가 보았다.
그렇게 넓은 공간이 있을 줄 몰랐는데 한글에 관한 모든 자료를 모두 모아 놓은 것 같다.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삼았으니 세계화가 시작된 거라 하겠다.
동상 앞으로 나오니 기마경찰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같이 찍으려고 옆에 사람에게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 달래니 알아듣는데 오래 걸려서 지나가 버리고 만다. 아쉬워서 우물대는데 다시 오자 그 사람에게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 주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엘리베이터 타려는데 2대 중 하나가 고장 났는데 위층에서 공사한다고 인부들이 짐을 날라야 된다고 안 태워 줘서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직원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인부들에게 야단해 겨우 타고 내려가게 해주었다.
드넓은 매장에 각 코너마다 분야별 서적들이 엄청나게 진열되어 있어서 한 코너만 돌면서 눈에 띄는 대로 집어 들고 넘겨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되니 그야말로 도끼 썩는 줄 모르겠다. 무엇보다 통로가 매우 넓어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고,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서 눈치 보지 않고 책을 꺼내 읽을 수가 있어서 좋다.
나올 때 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보다 5호선 리프트를 타는 게 났겠다 싶어 역무원을 부르니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두고 왜 이걸 타려느냐고 하는데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건만 발음 때문에 할 수 없어 무조건 태워 달래서 나올 수 있었다.
역사박물관을 찾아가니 벌써 6시 반이 되어서 대충 봐야 했지만 포토샵 타이포그래피를 배우고 있기에 한글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포토샵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영화 상영시간이 되어 상영장에 들어가 보니 「트라일라잇」인데 내 취향이 아닌 뱀파이어 영화라 늦어서 대충 보고 나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