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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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에서 2008. 05. 01

오늘도 안개 때문인지 우중충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썩 나지 않으면서도 읽고 있는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가 끝나가서 마지막 부분을 그의 꿈이 서려 있는 수원 화성에 가서 읽고 싶어서 나서다. 2시 반.

금정역에서 1호선을 타니 금방이다. 수원역엔 2년 전에 와 본 적이 있는데 넓고 복잡하다. 엘리베이터가 그렇게 많은 역은 처음이었는데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어서 지나는 청년을 붙들고 물으니 붙어 있는 애경백화점에서 타고 내려가라고. 겨우 내려 가자 이번엔 큰 길을 건너야 되는데 건널목이 안 보인다. 물어보니 엘리베이터가 있는 육교로 건너가야 한단다.
교통표지판에 화성이 있어 그걸 보고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가도 가도 멀다. 물어보아도 계속 쭉 가라는 것이다. 전자지도를 보며 팔달문으로 가서 화성행궁에 갈 계획이었는데 반대 쪽 길로 잘못 들고 말았다. 전자지도를 프린트해 오지 않은 것이 갈수록 후회스러워질 뿐.

그렇게 가다 보니 드디어 산성이 나타났다. 오르는 길이 가파라서 올라 갈 수 없다. 그냥 돌아가기 아쉽고 전동휠체어의 전기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좀 더 가보니 화서문이 나왔다.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오르기 시작하니 완만해 시원하기 짝이 없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엔 햇살이 따갑게 내리 비췰 뿐인데 산성의 싱그러운 바람에 서늘하다.

정조대왕 동상 옆에서 책을 읽다. 조선후기역사를 공부하면서 만약 내가 왕이 된다면 정조 같은 임금이 되었을 거라고 했었다. 중국에서 새로운 책이 편찬되었다면 사신으로 가는 신하에게 사 오게 했을 정도로 학문을 좋아하고 깊어서 신하에게 배우는 경연(經筵)에서 오히려 신하에게 가르치는 군사론(軍師論)을 펼칠 수 있었던 군약신강(君弱臣强)의 조선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실력 있는 군주였기 때문에.

세종이 왕조의 기틀을 확립하고 조선의 문화를 꽃피웠다면 정조는 그 문화를 부흥시키려 했던 조선 르네상스 계몽 군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이 아버지 태종이 주변을 정리해 주어서 그의 이상을 강력하게 추진시켜 나갈 수 있었던 행복한 왕이었던 반면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세력에 둘러싸여 암살의 위험까지 직면한 상태에서 추구하던 그의 이상이 때 이른 죽음으로 좌절하고 만 불행한 왕이었다. 그의 불행은 우리 근대사의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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