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서울 한복판의 길은 불편했지만 인심은 아주 고마웠다. 2008. 03. 20
5년 전 키보드를 살 때 씌어져 왔던 키스킨이 헤져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 새로 사야겠다고 했었는데 어디서 파는지 몰라 답답했었다. 다나와에서 키스킨을 검색해 보니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점이 나와서 용산전자상가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오늘 나서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지난달에 이사한 잠실 동생네까지 가야지 하는데 어머니가 이왕이면 심부름하라고 짐을 넣어 주시니 안 갈 수 없게 되었다.

1시에 출발해 4호선으로 신용산역에 내려서 출구 엘리베이터를 찾으니 지상 엘리베이터가 어느 빌딩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하통로로 전자상가로 들어간다. 좁은 골목마다 사람과 차들로 터질 듯 붐비는 틈을 비집으며 나진 15동을 곁에 두고도 찾느라 건널목을 몇 번씩 건너고 나서야 물어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물어 보는 게 힘들어서 혼자 찾으려 애써야 했는데 대부분 잘 알아듣고 잘 가르쳐 주었다.
점찍었던 상점을 찾았는데 문턱이 높아서 들어갈 수 없어 바라만 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가씨가 주인을 불러 주어서 원하는 키스킨을 살 수 있었다. 온갖 방해물들을 뚫고 먼 거리의 목표를 정확히 명중시킨 기분!

무심코 오던 길로 돌아 나오지 않고 더 구경할까 하고 반대쪽으로 가다가 길을 잃고 말아서 물어물어 겨우 지하통로를 찾아서 나올 수 있었다.

시간은 많다고 서울 한복판을 구경삼아 돌아보려고 회현역에서 내렸다. 승강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심하고 올라갔는데 지상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리프트를 타고 나와야 했다. 올라와 보니 고층빌딩들 사이 인도가 형편없어 차라리 도로 지하철을 타고 싶게 만들었는데 호출하기 미안해서 명동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700m만 가면 되는데 건너목이 없는 것이다. 물어보니 건너목이 있는 맞은편으로 건너서 가야 된다고. 그렇게 건너도 신세계 앞에서 건너야 되는데 건너목이 없다. 신세계 주차원에게 어떻게 되냐고 하니 지하도로 건너야 되는데 그냥 건널 수밖에 없다고 교통통제해 주어서 건널 수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지하철 입구에 리프트가 있어서 호출을 눌러 타고 내려갔더니 지하철이 아니라 지하도였다. 건너편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명동역 입구로 가서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서 전철을 타게 만들어 놓았다. 전철로 2분 거리를 40분이나 걸리다니 어이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이라 아까워서 엘리베이터를 못 뚫으나 보다. 부자 동네에서는 오히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가 없게 만들어 놓았다.

동대문운동장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삼성역에서 내려 동생네를 찾아 들어가니 어두워지고 말았다. 연립 3층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해서 마음대로 올 수 있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저녁을 얻어먹고 나니 여기가 우리집이었으면 하고 꼼짝하기 싫은 걸 내가 아니면 아무도 데려다 줄 수 없으니 하고 돌아와야 했다.

오늘 하루 서울 한복판을 일주한 샘이다. 길은 불편했지만 사람들 인심은 아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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