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경기지역대학에서 열리는 방송통신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하려고 8시 반에 출발했다. 수원역에서 내려서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로 옮길 생각도 들었었는데 저상버스가 다행히 자주 와서 쉽게 탈 수 있어서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나이 들도록 입학식은 처음 맞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새롭게 비춰진다. 이제껏 살아 온 과정들이 지금 이 자리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여겨진다.
타고난 뇌성마비장애가 걱정이 되어 집에서 학교에 안 보내 주고 대신 가정교사와 과외공부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우게 해주셨다.
그 다음 대학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던 중 신설된 지 몇 년 안 되었던 방송통신대 강의를 청강하기로 했었다. 그 때는 서울대학교 부설 2년제 초급대학 과정이었는데 마땅한 학과가 없어 행정학과를 선택해 공부하게 되어 일찍부터 방송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그 때 KBS 라디오로 새벽과 밤 45분씩 강의를 했었는데 구식 녹음기로 녹음해서 공부를 하던 시절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2년 동안 배우면서 공부하는 방법과 매력을 터득하게 되어 지금까지 홀로배우기를 해 오게 되었다.
집에서 책만 읽다가 몇 년 전 교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사주셔서 혼자서 밖에 나가 다니게 되었다. 주로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순례하며 책에서 본 것을 확인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50% 할인해 주는 덕에 영화 감상이 취미가 되었는데, 방송대 문화교앙학과에 <영화로 생각하기> 과목이 있으니 기가 막히다.
재작년 여름 영화를 보러 대학로까지 원정 갔다가 노들야학이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가 바로 그 다음 주에 중입 검정고시 원서 접수 기간이라는 알고 이건 우연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수학을 배우지 못한지라 검정고시를 볼 생각을 못했었기에 하나님께서 귀에 대고 이래도 시험을 안 볼 거니 하고 속삭이시는 것 같았다.
야학이 너무 멀어서 기출문제해설집을 사서 집에서 공부해 1년 만에 고졸까지 통과하게 되어 이렇게 방송대에 정식으로 입학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방송대에 문화교앙학과가 신설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교양을 전공한다는 것이 의아했었다. 교양이란 전공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러면서도 지원하게 된 건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분야를 문화교양학과에 다 다루기에 안성맞춤이다. 역사, 철학, 과학, 문학예술 등을 함께 공부하는 통섭 학과여서 내 지론에 딱 맞기 때문이다.
얼마 전 EBS 다큐프라임에서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다뤘는데, 진정한 대학은 교수에게서 학생들이 지적 자극을 받아 스스로 탐구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그럼 나는 왜 대학에 가는가? 나 역시 그런 자극을 받아 이제껏 혼자서 공부해 온 것을 체계적으로 새롭게 배우면서 심화시켜 가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교육과정을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아 졸업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그러는 과정을 통해서 내 머리가 자극을 받아 왕성하게 더 멋진 보물들을 쏟아 내게 만드는 것이다.
Sapere atude -> 과감히 알려고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