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위험했지만 감사한 하루! 2008. 01. 05
아프기 전에는 웬만큼 추워도 매일 나가 산책을 했었기에 며칠 안 나가면 어디 나갈 일이 없나 궁리하게 된다.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가 있어서 가봐야겠다고 나섰다. 상영시간이 촉박해 속력을 내야 됐는데 인도에 차가 들어가지 못 하게 세운 볼라드에 부딪치고 말았다. 발판이 부딪쳤는데 갑자기 조종이 안 되는 것이다.
아주 평평한 데선 똑바로 가는데 약간만 기운 데선 그 쪽으로 굴러 가니 운전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아찔할 수가 없다.

집보다 범계역이 가까워서 전철을 타고 가서 AS를 받는 게 낫다고 평탄한 길로 골라 가는데 제대로 아줌마들이 밀어 주어서 억지로 범계역까지 가서 탈 수 있었다. 방이동에 있는 대세의 AS센터까지 가려면 범계(4호선)→사당(2호선)→잠실(8호선)→천호(5호선마천) 세 번 환승하는 것이 최단 거리다.
지팡이를 짚으신 아저씨와 얘기 나누게 되어서 고치러 간다고 했더니 사당역에 같이 내려서 공익요원에 사정을 얘기해 주고 도와주라고 부탁해 주셨다. 공익요원이 열차에 태워 주고는 잠실역에 전화해 주어서 잠실역에 내리니 뜻밖에 역장님이 영접해 주시는 것이다. 황송한 마음인데 전동휠체어가 자꾸 돌아가서 긴 8호선 환승 통로를 가는 동안 역장님이 밀어 주어야 했다. 그렇게 가니 통로가에서 좌판을 벌리던 사람들이 혼비백산, 물건을 거두느라 법석(전동휠체어가 하필이면 그 분들 쪽으로 굴러가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리게 되어 죄송!)
천호역에도 연락해 놓아서 공익요원이 대기해 있다가 리프트를 태워 5호선을 타게 해주웠다. 방이역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와 AS센터로 방향을 잡고 가는데 몇 십 미터 가더니 전동휠체어가 아예 앞으로 안 가고 맴을 도는 것이다. 몇 백 미터만 가면 되는데 도저히 갈 수 없어서 지나던 할아버지께 AS센터에 전화해 나와 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다.
직원이 봉고를 몰고 와서 태워 주어서 살았다. AS센터에 들어가서 점검해 보니 뒷바퀴의 바퀴살이 깨져 있어서 균형이 맞지 않아 조종이 안 되었던 것이다. 중상이라도 되나 싶어 걱정했었는데 바퀴살만 갈면 되니 안도가 되었다. 바퀴째 갈아야 되는데 바퀴가 없다고 바퀴살만 갈아 주어서 불행 중 다행. 바퀴가 5만원인데 3만원 내라고. 3만원이 모자라서 주머니를 다 털어서 내놓으니 2만 5천원만 받겠다고 한다. 여러모로 고마울 뿐!
바퀴살을 갈았다고 비틀거리던 전동휠체어가 쌩쌩 달리니 날아가는 기분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돌아오던 전철에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참았던 소변이 급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무 역에서든 내려야 했다. 내리고 보니 교대역이었는데 하필 화장실이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줄 알았으면 다른 역에 내렸을 것을 하면서도 너무 급해서 호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리프트를 작동해 준 공익요원에게 급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해서 해결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중증장애인으로서 외출할 때 가장 힘든 일이 화장실에 가는 일이라서 외출하는 날은 물을 안 마신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되면 공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전철역에서 이런 애로점도 해결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돈없는 장애인이 가장 편하게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배려해 주는 데는 전철역인 것 같다. 아직도 시설면에서 보완해야 될 점이 많지만 전철역의 서비스만큼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재수없는 날인 것 같았지만, 돌이켜 보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던 감사한 하루였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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