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서울 북촌의 만추를 누비다 2009. 11. 5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었기에 나가야지 하는데 기온도 회복되어서 아침 먹고 나섰다. 점심으로 차려 놓은 빵을 도시락으로 쌓아갖고.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면 해마다 이맘 때 쯤 창덕궁에 가야 할 것이다. 재작년 처음 가보고는 해마다 이맘 때 쯤이 되면 찾아간다. 창덕궁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큰 고목들이 많아서 제대로 무르익은 단풍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목요일은 자유 관람일이라 단체 관광객이 없어 한가로이 둘러 볼 수 있고 평일엔 막아 놓았던 옥류천 관람코스를 열어 놓아서 좋다.

서울 한복판 종로3가역에서 내려서 창덕궁 정문 돈화문까지는 10분 거리인데 담 안과 밖은 딴 세상이다. 고즈넉한 궁 안은 시간이 멎어 있는 듯 한가롭기만 하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이다. 경복궁의 주요 건물이 좌우대칭의 일직선상에 놓여있다면 창덕궁은 산자락을 따라 건물들을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하여 한국 궁궐건축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대표하고 있다. 또한 비원으로 잘 알려진 창덕궁 후원은 다양한 정자, 연못, 수목, 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주에 갔을 때가 절정이었는데 그새 잎들이 많이 져서 허전해졌다. 그 때 사진을 찍으려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떨어져서 다 찍지 못해 다시 온 건데 아쉽다.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점찍어 둔 몇 장 찍었는데 외국 관광객들이 더 많아서 찍어 주었다. 옥류천 관람코스로 가려고 보니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어 너무 아쉽다. 하는 수 없이 한쪽 구석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나왔다.

경복궁 옆 기무사 자리에 세우기로 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이 이를 기념해 열고 있는 “신호탄” 전을 보러 찾아 가는 길에 북촌 한옥마을을 누볐다. 현대사옥을 끼고 돌아 골목을 거슬러 올라가니 좁은 골목에 크고 작은 한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구멍가게, 목욕탕, 참기름집, 방앗간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다. 무슨 전시관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돈을 받고 구경시키고 있는데 문턱이 높아서 들여다 볼 수도 없어 스쳐 가다 보니 중앙고가 막아선다.

까마득한 급경사 옆길을 아슬아슬 걱정하며 올라가는데 “성능이 좋다”고 한다. 좁은 골목들을 헤치고 덕성여고 길로 내려오는데 노란 은행잎들이 만추의 한가로운 길을 눈부시게 해주고 있다.

너무 내려 와서 경복궁 길로 올라가서 미술관을 찾을 수 있었다. 몇 십 년 간 무시무시한 부대가 버티고 있던 건물에 미술전시를 한다는 것이 이상했었는데 헐기 직전이라 음침할 정도다. 방마다 한국현대미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차지하고 있어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난해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도 작년에 보았던 김창열의 물방울이 반갑다.
강애란의 「디지털 북」, 한기창의 「혼성의 풍경」이 흥미롭다. 미술의 소재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그야말로 무한히 확장되는 것 같다.

길 건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선과 색의 어울림" 이리자 한복 기증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들어가 보았다. 1970~1990년대 한복 유행을 주도했던 이리자 선생의 한복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우리옷의 형태와 옷감, 장식기법 등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복의 선과 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진화하는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 들게 만들었다. 유연한 선과 화려한 색의 어울림이었다.

민속박물관 마당에 5~70년대의 동네 풍경을 재현해 놓아서 아련한 추억을 산책하게 만들어 놓았다. 영화포스터는 50년대 일색인데, 전파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70년대 일색이라 시대 변화에 너무 둔감해 옥에 티다.

광화문 광장을 따라 내려와 시청역에서 만추의 화려한 여로를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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