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전동윌체어 2주년을 자축하며 퐁피두센터 특별전을 보러 가다. 2008. 12. 02
어제로써 전동휠체어를 타게 된지 2주년이 된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도 남의 호사로 체념하는 것이 상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젠 전철역과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어서 일찍이 누리지 못한 자유를 원없이 누리게 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다닌 곳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미술에 별 취향이 없었는데 전철 타는 법을 배운 다음 맨 처음 간 데가 루브르박물관전이었는데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모르고 차례대로 한가하게 살피며 관람하는데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 전동휠체어를 타지 않았으면 보통 사람도 그렇게는 볼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미술 관람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미술 전시회에 관심을 갖게 되어 부지런히 찾아가게 되었다. 취향이 없었다고 해도 문화사를 공부하면서 서양미술사를 배우게 되었기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프랑스 3대 국립미술관 가운데 고대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수집한 루브르와 인상주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한 오르새 전시회를 보았으니 20세기 작품들을 수집한 퐁피두센터 차례가 되었는데, 2주년을 축하하는지 마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퐁피두센터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보러 가다.

"화가들의 천국" ‘아르카이다’라는 개념을 주제로 하여, 20세기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천국의 이미지’가 현대적 방식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표현되어 왔는지에 대하여 그들의 신화와 역사, 문학과의 관계를 통해 심도 있게 엮은 기획전이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퐁피두센터 대표 소장품 79점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의 수석 학예연구관인 디디에 오탱제(Didier Ottinger)에 의해 기획되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전시 구성은 '황금시대', '아르카디아', '풍요', '허무', '즐거움', '메신저', '조화', '암흑', '되찾은 아르카디아',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총 10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현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서양의 낙원 이미지를 구체화 시키고 있다. 곧,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을 뜻하는 아르카디아(Arcadia)는 황금시대(Golden age) 혹은 지상낙원(Paradise)으로 표현되기도 하였으며, 16세기 이후 서양에서는 ‘유토피아’라고 불렸다. 한편, 동양의 전통사상에서는 ‘무릉도원(武陵挑源)’에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피카소, 마티스, 샤갈, 미로 등 20세기 대표 작가들로부터 이브 클라인, 게리 힐 등 동시대 미술가들에 이르는 최고의 현대 미술가 39명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이후 서양의 문화에 나타난 정신적 흐름의 변화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도슨트(해설사)를 따라 다니며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이 취미인데, 전동휠체어에 타면 눈높이가 낮아서 맨 앞줄에 서야 작품을 보면서 해설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도슨트가 날 얼마나 배려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도슨트 시간에 맞추어 미술전에 가는데 사람마다 다 달라서 좋은 분을 만나기를 기도하며 가게 된다. 특히 오늘은 중요한 전시회이어서 가장 잘 배려해 준 오르새전에서 했던 도슨트 같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바로 그 도슨트가 나와서 놀랍고 반가웠다.

2층과 3층에서 열리는 전시에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땐 엘리베이터를 타야 되는데 계단으로 바로 올라가는 것에 비해 오래 걸려서 해설을 10여 분 정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도슨트는 관람객들에게 계단으로 올라가서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내가 작품 앞에 서야 해설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배려할 생각이 미쳤는지 놀랍고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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