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엔 프로농구경기를 보는 게 한 가지 낙이었는데 케이블 TV로 중계권이 넘어가는 바람에 볼 수 없어서 답답했었는데 올 시즌부터는 안양체육관에서 경기가 있는 주말 오후엔 농구를 보러 가는 것이 낙이 되었다.
설 연휴라 오후에 경기를 해서 가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외출하신다고 하셔서 겨울이라 행장을 갖추어야 될 게 많아 걱정. 이젠 아프기 전처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3시 경기에 맞추어 차려 놓은 점심을 먹고 나서 옷을 입기 시작하는데 한판 씨름을 벌려야 했다. 추워서 추리닝 위해 바지를 껴입어야 돼서 용을 써서 겨우 입고 잠바를 걸치고 찍찍이를 붙이니 OK. 전동휠체어에 올라앉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샘. 장갑을 끼어 주고 안전벨트를 채워 줄 사람을 찾으면 된다.
추워서 나와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마침 신사 한 분이 있어서 다가가 부탁하니 쉽게 알아듣고 척척 해주어서 감사!
안양체육관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하는데 안양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대로변이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어 질주. 추운 날씨가 오히려 시원스럽다.
무료표를 받고 입장하니 벌써 경기가 시작되었다. 홈팀 안양 KT & G는 초반부터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SK의 공격을 차단하며 주희정을 앞세운 빠른 농구를 통해 득점을 올리며 시종일관 앞서나가서 열광하는 분위기라 신난다.
T.J. 커밍스(22득점, 4리바운드)와 팀의 승리에 한 몫을 담당한 챈들러(31득점, 10리바운드, 5도움)가 4쿼터 6분경 5반칙 퇴장을 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SK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브랜든 로빈슨이 골밑을 파고들며 점수차를 좁히며 추격해 온 끝에 4쿼터 막판 92-91로 따라 붙는 바람에 아슬아슬했지만 KT & G는 이후 주희정이 3점슛을 작렬하고 가로채기에 성공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귀중한 승리를 거두었다. 역시 홈팀이 이겨야 신나는데 역전의 위기에서 뿌리치고 이겨서 더 신난다.
경기 사이에 선물을 많이 나눠 주는데도 무료 입장이여서 받을 생각 못 하는데 농구공을 주는 척하고 달라나곤 하는 짓궂은 마스코트가 내게 농구공을 내미는 것이다. 또 장난치나 보다 하고 웃는데 계속 내밀고 있어 받았더니 진짜 주는 게 아닌가!
농구 경기가 좋아서 먼 길을 달려가 보는 것인데, 특히 오늘은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도 나와서인지 뜻밖의 보너스를 받게 되다니 행운이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뜻밖의 보너스를 받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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