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오후, 엊그제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와 달리 비가 그치니 더욱 나가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어딜 갈까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인천역에 계단이 없다는 걸 알고 더운 데 바다나 보러 가자고 오후 늦게 나섰다.
여름이면 바다를 그리워하게 되는데 항상 공상으로 끝나 버리지만 이젠 현실로 바뀌어 버린 것. 그렇지만 먼저 인천에 가기 위해선 1호선을 타야 되는데 전동휠체어에 맞지 않은 구조여서 기피해 왔기에 모험을 나서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금정역 신역사를 찾아가는 것도 초행길이라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환승역인 구로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리프트로 인천행으로 갈아타야 했다.
거의 2시간 만에 인천역에 도착했는데 평지여서 너무 편해서 신기할 정도. 바다로 가는 방향을 몰라서 물어물어 가다 보니 월미도로 가는 이정표가 나와서 반가워 열심히 따라 가는데 대로변 산 밑 인도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길만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아 겁이 나게 만들었다. 이렇게 가다가 전동휠체어의 전기가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그만 둘까 하면서도 내친걸음 조금만 더 가보자 하다 보니 30분 이상을 달려서야 바다가 나타났다.
짙은 구름 사이로 석양이 지는 바다가 끝 간 데 없이 잔잔하게 펼쳐져 있었다. 평화로운 바다엔 크고 작은 배들이 유유히 오가고 노을이 물든 하늘엔 구름들이 오색의 빛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